지난 추석 연휴에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병헌, 김윤석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이 개봉한다기에 책을 읽고 며칠 뒤에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책은 김훈 작가 특유의 필체로 조선시대 흑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내었고 영화에서도 원작의 MSG 0%의 담백한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신파요소를 최소화한 연출 방식이 흥행에서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17일 현재 누적 관객 3백 6십만명으로 개봉 3주차에 접어든 4백만명도 힘들어보이네요.. 화려한 캐스팅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입니다. 저도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영화적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47일이라기 보다는 역사상 가장 암걸릴거 같았던 47일...>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약 4백년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본격적으로 막장테크를 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병자호란이 발발한 1636년은 인조의 즉위 기간(1623~1649)의 정확히 가운데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반환점을 돌아 막장으로...
광해군을 인조반정으로 몰아내고 즉위한 인조시기의 일인데 2012년 영화 광해에서 광해군과 짝퉁 광해군으로 열연했던
이병헌이 비슷한 시기의 사극영화에 다시 출연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짝퉁 광해군이
신하들과 명나라에 대한 예법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위 영상에서 이병헌의 대사가 그대로 현실이 됩니다. '명 황제가 그렇게 좋으면 나라를 통째로 갖다 바치시오'
(그로부터 수십년 후 나라를 청나라에 갖다 바치기는 합니다. 명나라가 아니라.. )
이병헌이 남한산성에서 연기한 최명길도 전작과 일관되게 청나라와 화친을 맺는 주화파로 열연합니다.
다시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으로 돌아오면 김훈 작가가 한국나이로 60세 되던해에 출간(2007)한 이책은 병자호란 당시의
비극적인 47일간의 역사를 생생히 재연해 냅니다.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개 인용합니다.
#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 신하들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상황을 뱀의 움직임으로 비유하는 놀라운 문장입니다.
-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 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 군병들의 추위막이 옷을 빼앗아 말을 먹이고 말이 죽자 다시 군병들에게 말을 먹이는 기적의 에너지 보존법칙의 현장에서 군병들이 영의정을 조롱하는 장면
- 깔개를 거두어 말을 먹이시고 또 그 말을 잡아 소인들을 먹이시니 소인들이 전하의 금지옥엽임을 알겠소이다(책에서 유일하게 사이다 구절로 기억합니다';;)
#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의 클라이막스
김상헌: 명길이 말하는 생이란 곧 죽음입니다. 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고 합니다.
최명길: 전하,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최근에 뉴스룸에 출연한 김훈작가의 남한산성에 대한 소회를 첨부하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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